출장 가방 한구석에 챙겨 넣은 필름 카메라. 이번 스웨덴 출장에서는 화려한 색을 덜어내고, 도시의 명암(明暗)만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색이 사라진 자리에는 피사체의 본질과, 겨울 공기의 차가운 온도, 그리고 그 속을 파고드는 빛의 온기만이 남았습니다. 흑백 필름으로 본 스웨덴의 밤을 기록합니다.

도착한 공항의 풍경은 흑백 사진 속에서도 시리도록 차갑습니다. 눈 덮인 활주로와 낮은 구름. 북유럽 특유의 무채색 겨울이 저를 반겨줍니다. 이 낯선 회색 도시에서 어떤 풍경들을 마주하게 될지, 카메라를 쥔 손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돕니다.



오후 3시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 스웨덴의 겨울. 하지만 사람들은 어둠에 굴복하는 대신, 거리마다 수많은 별을 띄워 놓았습니다. 앙상한 겨울 나무를 감싼 수천 개의 전구와 거리를 수놓은 하트 모양의 조명들.
흑백 필름은 이 빛을 더욱 선명하게 조각합니다. 색채의 방해 없이, 오직 빛이 그려내는 궤적을 따라 걷는 밤거리는 낭만적이기까지 합니다.


광장 위로 쏟아질 듯 펼쳐진 빛의 캐노피. 그 아래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사람들 사이에는 훈훈한 입김과 온기가 감돕니다. 흑백의 사진이지만, 저 빛의 터널 아래는 분명 따뜻한 노란빛이었을 거라고 기억됩니다.


쇼윈도의 밝은 빛과 대비되는 거리의 조형물, 그리고 고요히 흐르는 강변을 따라 켜진 가로등.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바쁜 출장 일정 중, 잠시 멈춰 서서 셔터를 누르는 이 짧은 순간만이 저에게 허락된 온전한 휴식입니다.


잎을 모두 떨구고 뼈대만 남은 거대한 나무가 고풍스러운 건물 앞에 서 있습니다. 필름 특유의 거친 질감이 나무의 거친 껍질과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봄이 오기를 묵묵히 기다리는 저 나무처럼, 저 역시 이 긴 겨울밤을 차분히 즐겨봅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색 대신, 빛이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의 대비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도시의 분위기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차가운 공기 냄새와 타닥거리는 필름 감는 소리로 기억될 이번 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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